부라노, 40년의 시간 위에 덧칠된 색
부라노를 떠올리면 먼저 색이 생각납니다. 물길을 따라 늘어선 집들은 파랑, 노랑, 분홍, 초록으로 선명하게 칠해져 있고, 그 색들은 물 위에 한 번 더 번져 또 다른 마을을 만들어 냅니다. 물 위에 세워진 작은 섬이 이렇게까지 선명한 색을 품고 있다는 사실은, 지도 위에서 볼 때는 쉽게 상상되지 않습니다. 베네치아 석호 (潟湖, Lagoon) 북쪽에 자리한 이 섬은 겉으로는 동화처럼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오랜 생업과 생활의 층위가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40여 년 전, 필자가 베니스를 방문하던 길에 무라노를 거쳐 이곳에 들렀을 때의 기억은 지금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그 당시 부라노는 직물공예, 특히 레이스 가게 몇 곳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산업이나 눈에 띄는 볼거리가 많지 않았던 조용한 어촌에..
2026. 3.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