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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바오라는 도시, 과일 향기와 변화의 시간이 흐른 곳

by Eugene Global Footprints 2026.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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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바오 해변다바오 과일 시장
다바오 해변과 과일시장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섬에 자리한 다바오는 처음 방문하는 사람에게도 묘한 친숙감을 주는 도시입니다. 열대의 햇빛 아래서 망고와 두리안이 익어가는 풍경, 항구로 이어지는 바다의 공기, 그리고 분주하지만 어딘가 차분한 도시 분위기가 함께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필리핀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이지만 마닐라나 세부와는 또 다른 결을 가진 곳입니다. 이곳은 오랫동안 ‘과일의 도시’라는 이름으로 불려왔고, 동시에 한때는 반군 활동이 이어지던 긴장된 땅이기도 했습니다. 그 모든 시간이 겹겹이 쌓이면서 지금의 다바오라는 도시가 만들어졌습니다.

열대 과일의 도시, 다바오의 자연이 만든 풍경

다바오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역시 과일입니다. 이 지역은 필리핀에서 가장 풍부한 농업 생산지를 가진 곳 중 하나이며, 특히 두리안·망고·바나나·포멜로 같은 열대 과일이 유명합니다.

 

시장의 골목을 걷다 보면 과일 상자가 산처럼 쌓여 있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다바오 사람들이 농담처럼 “도시는 두리안 냄새로 계절을 알 수 있다”고 말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특히 다바오의 두리안은 필리핀에서도 품질이 좋기로 유명합니다. 8월 무렵 열리는 카다야완 축제 기간이 되면 도시 전체가 과일 축제처럼 변합니다. 거리에는 과일이 가득하고, 전통 춤과 퍼레이드가 이어지며, 사람들은 풍성한 수확을 함께 축하합니다.

 

이 축제는 단순한 관광 행사가 아니라 다바오 사람들이 자연과 함께 살아온 시간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긴장과 갈등의 시간, 다바오의 어두운 과거

지금의 평온한 다바오를 바라보면 쉽게 떠올리기 어렵지만, 이 도시는 오랜 시간 갈등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습니다. 필리핀 정부군과 반군 조직, 그리고 이슬람 분리주의 세력이 얽혀 있던 민다나오의 현실은 단순한 뉴스의 한 줄이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 깊숙이 스며든 긴장이었습니다.

 

1970년대 이후 이어진 무장 충돌은 도시의 공기 자체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거리의 풍경은 평범해 보일지라도, 그 이면에는 언제든 균열이 드러날 수 있다는 불안이 조용히 흐르고 있었습니다.

 

폭력과 범죄, 정치적 갈등이 뒤엉킨 시기. 그때의 다바오는 겉으로는 움직이고 있었지만, 보이지 않는 긴장 속에서 숨을 죽이고 있는 도시와도 같았습니다.

 

저 역시 2000년대 초 업무로 다바오를 찾았을 때, 그 현실을 피부로 마주한 적이 있습니다. 약속이 잡혀 있던 다바오의 주요 인사가, 불과 만남을 하루 앞둔 밤 사이 반군에 의해 피살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그 충격은 지금도 선명합니다.

 

그날 이후 다바오는 단순한 ‘도시’가 아니라, 삶과 죽음, 그리고 불안이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교차하던 공간으로 기억 속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다바오는 점차 변화를 시작했습니다.

한 사람의 정치가가 만든 도시의 전환점

다바오의 변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필리핀의 전 대통령 로드리고 두테르테입니다.

 

그는 오랜 기간 다바오 시장을 지내며 도시 행정의 중심 인물이었습니다. 강력한 치안 정책과 엄격한 질서 유지 정책으로 도시를 관리했고, 그 결과 다바오는 필리핀에서 비교적 안전한 도시라는 평가를 받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의 정책은 국내외에서 많은 논쟁을 낳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다바오 시민들 사이에서는 도시가 눈에 띄게 안정되었다는 체감이 존재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의 정치적 기반이 바로 이 도시였고, 결국 그는 다바오에서 대통령으로 올라가게 됩니다. 다바오는 그렇게 필리핀 정치사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 도시가 되었습니다.

질서 있는 도시로 변해가는 현재의 다바오

요즘 다바오를 여행하면 많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훨씬 정돈된 도시”라고 말합니다. 길거리에서 흡연이 제한되고, 공공질서 규정이 엄격하며, 밤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도시 중심의 로하스 시장이나 아브리자 지역을 걸어보면 관광지 특유의 과장된 분위기보다는 생활 도시의 리듬이 느껴집니다. 사람들이 퇴근 후 거리 음식을 사 먹고, 가족들이 쇼핑몰에서 시간을 보내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다바오는 화려한 관광도시라기보다는 사람들이 실제로 살아가는 도시의 모습을 보여주는 곳입니다. 그래서 여행자는 종종 “필리핀의 일상적인 도시 생활”을 이곳에서 더 잘 느끼게 됩니다.

다바오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

다바오에는 외국인 여행자들이 자주 이야기하는 작은 미담들이 있습니다.

 

어느 여행자가 로하스 야시장에서 지갑을 잃어버렸는데, 다음 날 시장 상인이 그대로 보관하고 돌려주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길을 묻던 여행자를 오토바이로 직접 목적지까지 안내해 주었다는 경험담도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특별한 뉴스가 되지는 않지만, 여행자들에게 도시의 인상을 오래 남기게 만듭니다.

 

다바오 사람들은 자신들의 도시를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다바오는 다바오답게 살아야 한다”라는 말을 종종 들을 수 있는데, 그 안에는 질서를 지키면서도 서로를 배려하는 공동체 의식이 담겨 있습니다.

민다나오의 중심 도시로 향하는 미래

앞으로의 다바오는 민다나오 지역의 경제 중심 도시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항구와 공항을 기반으로 농산물 수출이 활발하며, 관광 산업도 조금씩 확대되고 있습니다.

 

또한 민다나오 지역의 평화 협정이 진행되면서 과거보다 안정적인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투자와 산업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다바오는 여전히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이지만, 동시에 자연과 농업을 기반으로 한 지역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과일 농장과 항구, 시장과 주거 지역이 이어지는 도시의 모습은 앞으로도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여행자가 느끼게 되는 다바오라는 도시

다바오는 화려한 관광지처럼 한눈에 압도적인 장면을 보여주는 도시는 아닙니다. 대신 이곳은 천천히 걸을수록 도시의 성격이 조금씩 보이는 곳입니다.

 

해 질 무렵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이곳의 과거와 현재가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숲에서 시작된 오래된 시간, 바다를 따라 들어온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지금도 계속 이어지는 도시의 하루.

 

과거의 긴장과 현재의 안정, 그리고 미래의 성장 가능성이 동시에 흐르는 도시. 다바오는 필리핀 남쪽에서 자신만의 길을 천천히 만들어가고 있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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